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웰다잉(Well-Dying)’ 준비와 오늘을 감사하며 살게하는 지혜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및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암으로 사망한 총 인원은 88,933명입니다.

하루 약 244명 1시간에 약 10명의 생명이 질병(암)으로 이세상을 떠난다는 것이다.

이 중 품위 있는 마무리를 위해 국가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임종을 맞이하는 분들도 해마다 늘어 작년 한 해에만 2만 1천 명이 넘었습니다. 이처럼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현실이기에, 건강할 때 미리 존엄한 마무리를 준비하는 '웰다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입에 떠 올리기 쉽지 않은 주제이지만 누구나 반드시 한번은 겪어야 하는 운명이기에 함께 생각해 보고자 글을 올립니다.


1. 웰다잉(Well-Dying)이란 무엇인가?

웰다잉은 단순히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은 생을 어떻게 하면 더 가치 있고 품위 있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역설적인 삶의 태도입니다.

"- 죽음은 적이 아니다. 위엄을 갖고 맞이해야 할 인간 삶의 종착역이다.

- 병을 치료하면 이길지 질지 모르지만 인간을 치료하면 항상 이긴다

- 죽음과 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무관심이다.

- 생의 마지막 과정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방식으로 살다가 원하는 장소에서 죽을 수 있어야 한다.

- 한국인 중 10%만 죽음을 담담히 수용한다.


예전에 한 월간지에 실린 13년차 호스피스 간호사의 인터뷰 중에 본 기억이 납니다.

내가 세상을 떠난 뒤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고 정리해 두는 과정은 결코 슬프거나 우울한 일이 아닙니다.


2. 품격 있는 마무리를 위한 3가지 실천 과제

첫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웰다잉의 가장 첫걸음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때, 향후 임종 과정에 이르렀을 때의 의료 행위에 대한 내 뜻을 분명히 밝혀두는 것입니다.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무의미한 호스피스나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서약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 대표적입니다.


둘째, 내 주변과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마무리 기록' 미리 작성

마무리 기록은 유언장처럼 무거운 법적 서류가 아닙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의 처분 방식, 금융 자산이나 아끼는 사이트 비밀번호의 공유, 갑작스러운 유고 시 연락해 주었으면 하는 지인들의 명단 등을 자유롭게 적어 내려가는 노트입니다.

더불어 내가 어떤 장례 절차를 원하는지(예: 수목장, 가족장 등), 영정 사진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도 담담히 적어둘 수 있습니다. 

셋째, 미움과 아쉬움을 털어내는 '관계의 정리'

진정한 마무리는 물질적인 정리뿐만 아니라 마음속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에서 완성됩니다. 살아가면서 상처를 주었거나 받았던 이들을 향한 용서와 화해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거창하게 찾아가 고백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그들을 용서하고 나 역시 미안했던 마음을 다스리는 것만으로도 영혼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집니다.


3. 죽음을 준비할 때 찾아오는 뜻밖의 선물: 오늘에 대한 감사

조용한 새벽이나 밤에 깨어 있을때 이런 생각들을 자주 깊이 해 보면 하루의 소중함에 감사가 찾아 올것입니다.

마지막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창밖에 피어난 꽃 한 송이,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오랜만에 들려오는 자녀의 목소리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깊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웰다잉은 죽어가는 과정을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날들을 가장 밀도 높고 행복하게 채워나가기 위한 최고의 촉매제입니다.

4. 가족들과 자연스럽게 대화 나누기

대다수의 시니어분들이 마음속으로는 마무리를 준비하고 싶어 하면서도, 자녀들이 부정을 탄다며 손사래를 치거나 슬퍼할까 봐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대화는 갑작스럽게 무거운 분위기에서 꺼내기보다, 평소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부드럽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성숙한 태도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자녀들에게도 삶을 바라보는 깊은 지혜를 최고의 유산으로 남겨주는 일입니다.

5. 마무리 :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는 삶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오느라 수고한 우리 시니어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는 그 누구보다 품격 있고 평온해야 마땅합니다.

잘 차려진 밥상을 깨끗이 비우고 수저를 정갈하게 내려놓듯, 내 삶의 흔적들을 내 손으로 아름답게 정돈하는 일은 인생을 향한 가장 깊은 예의입니다.

누구나 막연한 두려움이 있겠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고 한번 가야하는 인생 입니다. 미리 준비해서 깨끗하게 정리된 뒷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은 오늘을 감사하며 보내는 사람일 것입니다.  


다음 이전